[연구소의 창] 사회적 총파업을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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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사회적 총파업을 둘러싼 논란

노광표 0 4,994 2017.07.03 10:19
 
민주노총은 6월 28일부터 7월 8일까지를 사회적 총파업 주간으로 선포하고 투쟁을 전개 중이다. 지난 29일과 30일 양일 동안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이 전개되었고 6월 30일엔 광화문광장에서 약 5만여 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참석한 '6·30 사회적 총파업 결의대회'가 치러졌다.
 
총파업 투쟁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팽팽하게 맞서 있다. 경영계의 반대야 예상된 것이었지만, 촛불항쟁을 계승한다는 문재인정부와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대는 생뚱맞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경총은 총파업에 반대 입장이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노골적인 비난보다는 노동계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점잖게 꾸짖는다.
 
경총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통해 민주노총은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사회적 대화에 진지하게 임해 경영계와 함께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보호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를 청산하지 못한 경영계가 절박한 생존권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다. 성명서 발표 다음날, 경영계 대표들은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 마지막 날에 올해보다 2.4% 인상된 최저임금 경영계 안을 제시하였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바램을 철저히 무시한 태도이다.
 
노동개혁을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할 정부의 태도도 어정쩡하기는 마찬가지다. 말로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이야기하면서도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파업권 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다. 비난까지는 아니지만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출범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파업을 하는 것은 개혁 정부 발목 잡기라며 비판한다.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인 단체행동권 행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인 취약한 노동 인권의 감수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갈등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파업권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아직도 노동개혁과 사회개혁이 권력이 주는 일방적인 시혜로 보는 권위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헌법이 파업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는 것은 파업권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맹주국인 미국의 오바마 전(前)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소리 높여 외쳤다. "내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 미국 노동자의 결사 및 단체협상권이 거부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는 당장 편안한 신발로 바꾸어 신고, 일국의 대통령으로 여러분과 함께 피켓 라인에 서겠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의미와 목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6·30 사회적 총파업은 일부의 우려처럼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다. 광장의 촛불을 이어받는 내 삶을 바꾸는 투쟁이고, 오히려 문재인정부의 개혁 추진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다."
 
이번 총파업 투쟁은 과거의 파업과 무엇이 다른가. 과거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중심이었던 기존 파업과 달리 투쟁의 중심 대오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노동자는 18만 명인데 그 중 30%인 6만여 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
 
학교 급식실 조리사, 방과 후 강사, 대학 청소노동자, 대기업 간접고용 노동자등 하는 일은 다르지만 총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었다.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비정규직들이 주도한 파업이었다. 총파업 앞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총파업에 연대하는 정규직노동자·시민사회단체들도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투쟁 요구이다.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보장 등이 주요 요구이다. 노동 문제이지만 사업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정치적인 제도 개선 요구를 내건 투쟁이다.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인 불평등 해소가 사회정치적 의제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문제 해결 없는 경제민주화와 불평등 해소는 거짓 개혁이다. 문재인정부도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정부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노동조합과 손을 잡아야 한다. 비정규직노동자와 함께 갈 때 기득권세력의 저항과 반격을 뿌리칠 수 있다. 노동조합은 개혁의 걸림돌이 아닌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파업 투쟁에 나선 학교 급식노동자의 투박하지만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보자. "모든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대우받는 세상을 제 자식들, 그리고 자식들의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어요. 문재인대통령이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우리는 오랜 기간 참고 기다리는 데 익숙해 있어요. 그나마 우리가 노조에 가입하고 몇 년째 싸우고 파업하면서 세상이 조금씩 변했어요. 문대통령이 약속한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싸우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거예요."
 
* 이 칼럼은 7월 3일자 뉴스토마토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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