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통합공무원노조'(노동과 세계 472호)
노광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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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0 01:22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 컬럼
닻 올린 ‘통합공무원노조’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전공노-민공노-법원노조’ 등 공무원 3조직의 통합을 계기로 공무원노사관계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공무원노사관계에 쏠리는 사회적 관심은 이해되지만 현재의 논란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법으로 보장된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에 대해 사용자인 정부가 위법 논란을 제기하고 처벌까지 공언한다. 아니나 다를까, ‘정권의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다.’는 신문광고를 냈다고, 시국집회에 참가했다고 노조 간부 13명을 파면․해직하였다. 관료들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국가’의 품격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당국자들이 유독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을 이렇게도 외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통합공무원노조의 출범은 공무원노사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06년 1월 법 시행이후 지난 4년 동안 공무원노사관계는 갈지자걸음을 반복했다. 공무원노사관계 파행의 주된 원인은 국제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법․제도와 사용자인 정부의 무능력에 있다. 6급 이하 공무원만 가입할 수 있는 제한적 단결권, 교섭의제를 제한하는 단체교섭권, 강제적인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처벌조항이 없는 부당노동행위 등 공무원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법․제도의 문제점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가 없다. 다른 한편 노동조합의 내부 문제점도 드러났다. 가입대상 29만 9천 명 중 215,537명이 가입하여 약 72%의 높은 조직률을 보이고 있지만 공무원노조는 복수노조에 따른 노조 난립으로 낮은 조직 대표성을 보이고 있다. 노조 통합은 노조 간 분열 극복과 전체 공무원노조를 아우르기 위한 첫 걸음이다. 또한 ‘작은 정부’에 따른 공무원 감축과 행정구역 개편 그리고 민영화 및 공공성 파괴에 맞서기 위한 조직 대응이라 평가 할 수 있다.
하지만 통합공무원노조에게 ‘축하’의 꽃다발만 전달 할 상황은 아니다. 현 정부의 공무원노조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처럼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것이다. 따라서 ‘통합공무원노조’의 앞길은 그리 녹록치 만은 않다. 그러나 직장협의회부터 법외노조 그리고 통합노조 출범까지 지난 10년 동안 공무원노조의 앞길이 평탄한 적이 있었는가! 공무원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이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면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은 무모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공부문노동자들은 과거 전교조에서 그리고 현재의 공기업노동자들까지 ‘참교육, 사회공공성 그리고 민중행정’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제 막 닻을 올린 통합공무원노조의 건투를 빌며 공무원노조의 공직사회 개혁과 사회 연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공무원노조는 이제까지 국민 위에 군림해온 국가부문의 비민주성을 타파하는 정부 내 조직으로 활동해야 한다. 행정조직의 민주화를 통하여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의 호응성을 높이고, “시민을 위한 행정”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 노조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때 공무원노조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국가와 시민사회 중간에 위치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하여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시장의 역할이 강화되는 변화를 막고, 사적인 이해의 지배를 받는 시장 대신에 공공성의 지배를 받는 국가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무원노조운동의 이념과 활동을 정립하여야 한다.
통합공무원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