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조합 설립도 ‘허가’받는 나라
노광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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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9 01:14
[기고] 노동조합 설립도 ‘허가’받는 나라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노동조합 조직률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노동부의 ‘2009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09년 노조가입 대상 노동자 1655만5000여명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164만명에 불과해 노조 조직률은 10.1%다. 노조 조직률은 1989년 19.8%를 기점으로 지난 20년 동안 계속해서 떨어졌다.
노조 조직률 하락은 ‘사회적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다. 조직률 하락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저항권 박탈을 뜻한다.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면 임금격차는 확대되고 불평등은 심화된다. 한국의 10%대 노조 조직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런데 2009년 노동부의 노조 조직률 통계는 아무리 보아도 미심쩍다. 두자릿수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노조 조직률은 상승하기도 쉽지 않지만 더 이상 떨어지지도 않을 마지노선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상황으로 민간부문의 노조 결성도 활성화되고 있는데, 0.4%포인트나 떨어졌다니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아니나 다를까 노조 조직률 하락은 통계 ‘왜곡’이었다. 엄연하게 존재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아서 4만9000여명의 조합원이 통계에서 배제된 것이다.
노조 조직률 하락과 노조 약화에는 정부의 친기업 반노동의 강경책이 한몫 하고 있다. 버젓이 존재하는 노조를 하루아침에 ‘불법노조’라 부르고, 자주적으로 건설한 노조를 인정치 않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전국공무원노조와 청년유니온이다. 전공노, 민공노, 법원노조 등 3개 조직이 통합한 조합원 10만명의 전국공무원노조는 2009년 10월 노조 설립 이후 세 차례나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정부의 거부로 여전히 ‘법외노조’ 처지다.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지 않은 점, 전체 조합원 중 8명이 공무원노조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지휘감독자이거나 총괄업무 종사자라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노동부의 이런 태도는 노동조합 설립 신고제 취지를 무시하고 허가제처럼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 설립을 신고제로 운영하는 것은 노조 활동이 헌법적 권리인 까닭이다. 헌법은 노조 설립에 있어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보장하고 있다. 현 정부의 법 운영은 국제노동기구(ILO) 제87호 협약 제2조 위반이다. ILO 87호는 “노조의 설립, 조직의 구성 및 규약, 설립에 필요한 사전 절차 등에 관한 법령은 사전 승인과 같은 효과를 가지도록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동부의 단결권 제한은 공무원노조뿐 아니라 건설노조, 운수노조로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년유니온 설립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첫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은 청년노동자의 실업 문제 해결을 주요 목적으로 설립됐는데, 노동부는 강령이 “정치적”이며 조합원 대다수가 구직자란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신고를 반려했다. 공무원노조와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노동조합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조만간 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지만 판결 이전에라도 고용노동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와 조치가 요구된다. 정부가 노조 설립신고제의 취지를 고려했다면 공무원노조와 청년유니온의 설립신고서를 받아준 후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다. 민주주의를 한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를 정부의 입맛대로 재단하는 국가는 정상국가가 아닌 ‘불량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