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어떻게 봐야 하나 - 어떤 ‘새판 짜기’인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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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어떻게 봐야 하나 - 어떤 ‘새판 짜기’인지가 중요하다

김종진 0 2,077 2022.07.22 13:09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2022.7.22) 요청 받은 기고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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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노동시장연구회, 어떻게 봐야 하나 - 어떤 ‘새판 짜기’인지가 중요하다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8일 첫 회의를 열었다. 연구회 운영 목적과 구성에 대한 논란이 이는 데다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연구회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고 한다. 연구회 필요성은 적극 공감하고 의미 있는 정책 과제를 도출하면 좋겠다. 추진계획과 운영 등이 담긴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서 몇가지 주요 문제인식에 공감되는 내용도 확인된다. 그러나 연구회 취지와 달리 의제나 우선 과제 및 구성에 비판적 인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연구회는 출범 취지에 맞게 전환기 노동시장 개혁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자료에는 노동시장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와 4차 산업혁명 같은 시대적 흐름의 ‘이중고’ 해결 과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특히 연구회 논의 결과를 정부에 권고한다고 하니 의제나 과정 및 구성원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구회는 정부의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뒷받침하기 위한 도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간 단축의 본질 중 하나는 과로와 장시간 노동 해소다. 그런데 연구회 목적은 기업 경영의 수요·공급에 조응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개편인 듯하다. 노동부는 프랑스와 독일의 산재 현황은 언급하면서 1970년대와 1990년대 수준의 노동시간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밝힌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부터 최저임금 미만율(4.4%) 그리고 체불임금(29만5천명, 1조5천억원)과 같은 법 위반에 대한 답부터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논의 의제나 구성의 편협함이 보완되지 않으면 외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12명의 학계 전문가와 행정조직(노동현안TF)이 국민소통형 논의기구로 운영된다고 한다. 그러나 편향적 전공(법학 5명, 경제·경영 5명)과 특정 대학(한양대 3명) 교수진 구성은 누가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부가 바뀌었으니 국정철학과 가치에 부합하는 인사로 채우는 것은 이해된다. 그러나 노동시장 미래 의제를 논의한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연구 분야의 다양성이 결핍된 연구회에서 어떤 해법을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정부가 밝힌 구체적 제도개선과 정책 권고 내용도 불확실하다.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양성평등 일자리(50번)나 고용안전망(53번), 그리고 직업능력개발(54번) 전공 연구자는 찾아 볼 수 없다. 실제로 연구회 논의 기간은 3.5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을 구축한다고 하는데 과연 짧은 기간에 가능할까. 이를 우려해서인지 현장 의견도 듣고 일반 국민과 노사 등 이해관계자 지혜도 듣는다고 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몇 개월의 논의 속에 권고안을 제시한다고 하니 형식에 불과하다는 양대 노총의 이야기에 귀룰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 논의되던 2010년대 유럽연합에서는 노동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노동4.0’(Arbeiten 4.0), 영국의 ‘테일러 리뷰’(Taylor Review), 프랑스의 ‘매틀링(M. Bruno METTLING)’ 보고서들에는 전환기 노동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들 모두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발전 과정에서 야기되는 노동시장과 노동환경을 다뤘다. 특히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 모두 한결같이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래 인구변화와 노동력 공급 문제, 그리고 삶의 방식과 문화적 변화 등 노동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취지도 비슷하다.

EU 국가들의 연구회는 최소 1년6개월부터 3년의 시간 동안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제시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방향은 국가 비전에 반영될 정도로 큰 영향을 줬다. 한때 우리도 노사정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국가들의 보고서를 검토한 적도 있다. 참여자 구성 또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로 꾸렸고, 특정한 성(gender)에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의 협업 과정과 의견 청취는 기본 원칙이었다. 최근 EU는 ‘산업5.0’(Industry 5.0) 보고서 발간을 통해 디지털 전환 시기 산업과 노동의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변하게 변화하는 산업구조 영향요인이나 쟁점 및 과제에 노동시간이나 교육훈련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직무·성과급과 같은 임금체계가 강조되고 있진 않았다. 물론 노동시간도 시간주권이 핵심이었지 재계 의견을 정책과제로 뒷받침하는 장시간 노동을 위한 유연화는 아니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나침반으로서 ‘새판 짜기’가 돼야 한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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