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지역노동시장의 미래 열기 위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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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지역노동시장의 미래 열기 위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박용철 407 01.24 09:00

[연구소의 창] 지역노동시장의 미래 열기 위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작성: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저출생, 고령화, 지역소멸, 일자리 부족, 양극화 등의 표현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대표하는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어들은 안타깝게도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해졌고 특히 수도권보다는 지역에서 훨씬 더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지역의 노동시장과 산업 생태계가 점점 더 활기를 잃어가고 있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도 나름대로 낙후된 지역 노동시장 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해 왔고 노력도 했지만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현실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역의 자산을 기반으로 지역 일자리를 만들자


필자는 그동안 지역의 여러 일자리 사업을 접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 왔고, 그 작은 실마리는 지역의 자산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수의 지역에서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것의 지속 가능 여부 역시 알 수 없으며, 얼마나 지역주민들이 충족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지역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자산을 활용해 지역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며,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일자리를 지속해서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자리들이 장기적으로는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되면, 그것이 미래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미래형 일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꿈같은 생각도 했다.거창해 보이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런 희망과 문제의식으로 2023년 ‘삼척형 상생·협력(상생형) 일자리 컨설팅사업(이하 삼척형 일자리사업)’을 시작했다. 사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은 본래 의미의 상생형 일자리 사업과는 다소 다른 것이었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방향이 지역 기반의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아무튼 이렇게 조금은 비현실적인 생각과 비전을 품고 삼척형 일자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도 과연 이 사업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이제 사업구상 정도를 마무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걱정이 앞서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더욱더 그런 생각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전망이 불투명하고 그동안 추진해 보지 못했던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삼척시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름 조금씩 걱정거리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면서 지역 주체들로 구성된 상생협의회와 전문가 중심의 자문위원회가 가동되면서 막연했던 사업의 윤곽들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요 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다양한 지역 주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설문조사 등을 거치고 벤치마킹 지역들을 다니면서 더 풍부한 의견과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노사발전재단의 현장 자문단을 통해서도 아낌없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시도로서 삼척형 일자리 사업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삼척형 일자리 사업은 1) 특화 사업으로 도계 빌리지 사업 2)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으로 삼척 살아보기 사업(‘삼척LIFE’)과 삼척 돌아보기 사업(‘삼척TOUR’)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사업들은 두 차례의 토론회와 공론화 프로그램 등을 거치면서 보다 풍부한 내용을 더할 수 있게 됐다.특화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도계 빌리지 사업’은 삼척시 도계읍 폐광지역에 세대 통합형 힐링 빌리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현재 삼척시에서 폐광지역 대체 산업으로 신청한 중입자 가속기(최신 암치료 설비) 도입과 함께 의료, 요양, 주거, 농수축산, 관광, 문화, 일자리 등을 연계해 새로운 형태의 세대 통합형 빌리지를 만드는 것이다.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삼척 살아보기 사업(삼척LIFE)’은 최근 다수의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단기 체험이나 3~12개월 살아보기, 귀농·귀촌 등에 대한 인프라를 조성하고 그것을 지역의 특산물이나 문화, 관광, 일자리 등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삼척 돌아보기 사업(삼척TOUR)’은 삼척의 주요한 자원인 관광 분야에서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고 음식·숙박업 경쟁력 확보를 통해 지역의 관광·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중요한 점은 이 세 가지 사업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해 통합적으로 추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인데, 이를 위해 핵심 거버넌스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삼척시 상생·협력 일자리위원회’를 삼척시노사민정협의회의 특별위원회로 구성할 예정이다. 현재 위원회 산하에 상생실무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섯 개의 분과협의회(3개 사업별 분과 + 교육훈련 분과 + 행정지원 분과)를 만들 계획이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새싹들이 곳곳에서 자라길


삼척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게 된 개인적인 소회와 심경, 사업추진 과정, 사업 방향 등을 대략 소개했다. 본 사업은 이제 사업구상을 마친 상황으로 2024년에는 세부 사업별 계획을 수립해 2025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4년부터 고용노동부의 컨설팅 지원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황이지만 다행히도 삼척시의 기금과 예산 등을 투입해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서두에서 밝힌 지역 기반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사업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는 삼척시와 관계자들, 삼척시민들, 사업담당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향후 이 사업이 삼척시는 물론이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여러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지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이 낙후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미래형 일자리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거창한 꿈(?)의 불씨가 되길 바란다.


* 이 글은 『참여와 혁신』 2024년 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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