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산별노조의 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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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산별노조의 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박성국 2,117 2023.06.20 13:39

[연구소의 창] 산별노조의 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 2022년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를 돌아보며 -



작성: 박성국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전 <매일노동뉴스> 대표



산별노조의 조직발전 전략은 대내외 조건 변화에 대응하여 조합이 설정한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계획한 방법을 의미한다. 산별노조의 조직발전 전략에 관한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대의원대회에서 토의·확정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최근 산별노조 대의원대회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노조 간부들이 충실한 토의를 하지 못한 채 단순한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의견 집단(정파)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정된 안건마저 의결하지 못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의견 집단 간의 경쟁과 갈등으로 인해 합의 형성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산별노조의 조직발전 전략, 그것의 공론화 과정으로서 대의원대회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것은 노조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 논란으로 비화하였다.


혁신 사례로서 2022년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그렇지만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 대안 모색이 이뤄지는 법이다. 최근 산별노조 간부들 사이에 정책대회를 통해 조직발전 전략을 숙의한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2022년 11월 29일부터 12월1일까지 2박3일 동안 정책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보건의료노조가 이야기다. 그간 산별노조들은 형식화된 대의원대회를 개선하기 위해 ‘정책대회’ 또는 ‘정책대의원대회’라는 이름으로 혁신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하루 일정으로 소화되던 기존 대의원대회 의결 기간을 1박2일 정도로 늘리면서 사업 보고와 계획 이외에 특별 안건에 대한 심화 토론(분임 토론)을 벌이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보건의료노조의 정책대회는 이러한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 보건의로노조 정책대회 준비과정과 본 대회의 운영방식은 종전과 달랐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노조 전환 25주년을 겨냥해 정책대회를 준비했으며, 노조 발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노조와 외부 전문가들의 힘을 모았다. 산별노조 및 현장기획단 간부들과 외부 전문가들은 공동 기획·조사·연구를 추진했으며, 조직발전 3대 전략(조직강화, 조직확대, 단체교섭)을 저술을 추진했다. 산별노조의 조직발전 전략 수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조 간부와 외부 전문가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공동작업, 일종의 ‘협업 연구’를 한 것이다. 


집단학습 통한 전략적 의사결정


이러한 협업 연구는 2022년 8월 말 조직발전 전략 초안이 제시되면서 첫 번째 결실을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노조는 11월 말 정책대회 이전까지 중앙 상임집행간부 토론회, 지역본부 순회 토론회, 전국 전임간부 연석회의, 특성별·의제별 토론회 등 4번에 걸쳐 토의와 수정작업을 벌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리된 ‘조직발전 3대 전략’이 정책대회에서 발표되었으며, 지부장들의 지지와 반대의견 및 학계의 패널 토론이 진행되었다. 

보건의로노조 정책대회에 참여한 상근 및 비상근 간부 400여 명은 분임조별로 토론을 벌였다. 이후 보건의료노조는 2023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숙의된 조직발전 전략과 이를 반영한 사업계획을 확정하였다. 이처럼 보건의료노조가 정책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회의를 운영하고 숙의된 전략을 채택하기까지의 과정은 ‘집단학습을 통한 전략적 의사결정’ 일환으로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질성이 아니라 다양성에 기초한 노동자 연대를 향하여 


산별노조의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 내에 업종·직종·고용형태 차이로 인한 다양성이 확대되었다. 또한 그에 따른 이익 대변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확대되었다. 산별노조의 전략 선택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익과 가치를 대변하는 의견 집단 간 경쟁과 갈등이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젠 대의원대회에서 나타난 의견 집단 간 세 대결과 다수결 투표를 통한 결정만으로는 전략적 합의를 이뤄내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안 모색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 사례가 주목받은 것이다. 산별노조 간부들 사이에서 높아진 관심이 좀 더 깊은 토론으로, 모방을 넘어 진전된 방안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로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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