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 마련한 공공운수노조의 2016년

노동사회

전환점 마련한 공공운수노조의 2016년

구도희 0 5,916 2016.11.07 10:31
 
앞으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내 공공부문 운동,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의 역사를 평가할 때 2016년은 분명히 하나의 전기로 기록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꾸준한 조직 확대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산별조직으로 확대되었다. 10여 년 동안 산별노조 건설운동을 전개하면서 기대했던 공공부문의 공동파업을 실현했고, 운수부문의 철도-화물 동시 파업도 진행했다. 특히 이들 파업 과정에서 노조의 투쟁은 경제투쟁이자 또 한편, 사회운동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정책대의원회를 통해 변화하는 한국 사회와 노동자계급의 조건에서 전개해야 할 운동 전략 수립도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의 올해 최대 ‘이슈’일 공공부문 공동파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지만, 이미 확인되는 몇 가지 성과는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전개되는 공공기관 총파업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초유의 공공부문 노조 공동파업
공공부문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배를 받는다는 점에서, 기업별노조의 투쟁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중요한 공동투쟁이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몇 번씩 등장하였다. 대표적으로 1994년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 파업, 2002년 철도·발전·가스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 2009년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 반대파업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차례 공동투쟁 조직화가 진행되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공부문 공대위’)와 함께 올해 진행 중인 공공부문 연쇄 총파업의 핵심에는 공공운수노조가 있다. 9월27일 시작한 이 파업에는 15개 공공기관노조 6만 2천여 명이 참여했다. 그 중 서울대병원분회는 18일, 국민연금지부는 14일, 국민건강보험노조는 13일, 부산지하철노조는 8일, 서울지하철·5678도시철도노조 및 가스공사지부는 3일, 국토정보공사는 이틀, 강원랜드노조는 하루 동안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그 외 7개 노조는 부분파업이나 간부파업을 진행했다. 특히 철도노조는 10월25일 현재 28일째 파업 중으로, 지난 2013년 23일간의 KTX민영화 반대 파업을 넘어 최장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역대 최장, 최대 규모의 공공부문 공동파업이며, 근래 수 년 간 민간부문까지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파업 투쟁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에 2014년 복리후생 삭감, 2015년 임금피크제 도입에 이어 2016년에는 성과·퇴출제를 강요하였다. 공공운수노조나 양대노총 공대위는 해마다 이에 대응하는 투쟁을 조직하려 했으나, 의미 있는 공동투쟁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년간의 대응 과정에서 공동투쟁의 필요성은 더욱 강하게 확인되었다. 개별 노조 차원에서는 정부의 일방적 지침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6년 공동투쟁은 일찍부터 준비되었다. 정부가 노동개악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정책을 연초에 제시하면서 공공운수노조는 논의를 시작했다. 초기 대여섯 개 노조에서 시작한 공동투쟁 논의는 10여개 이상의 단위노조로, 전체 공공운수노조의 투쟁으로 확대되었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지방공기업노조의 통일된 투쟁‧사업을 위해 지난 2013년 설치한 ‘공공기관사업본부’는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투쟁을 결의한 단위 노조들은 공공운수노조 중앙과 함께 별도의 투쟁기구를 설치하고 열 달 동안 공동투쟁을 준비, 조직했다.
 
(공공운수노조가 10월4일 대학로에서 2차 총파업 총력투쟁대회를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 공동파업의 조직적 의미
10여 년 전부터 추진된 공공부문 산별노조 건설운동은 실상 기업을 넘어선 공동투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물론 조직형식적 논쟁이 앞서면서 수년간 지체되어 온 과정이 있었으나, 공공운수노조는 2014년 조직발전 전망 논의를 통해 “공동투쟁을 통한 산별노조 강화”라는 방향을 채택했다. 이상적이라고 가정된 산별노조의 조직 형태를 도입하거나 실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오히려 그에 적합한 조직형태를 형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방향 전환에 따라 산별전환 조직과 미전환 조직의 운영을 통합하고, 공공기관사업본부와 같은 특성별 조직을 건설했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올해 투쟁은 이러한 준비 과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2014년 전환의 의미는 2009년 공동파업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선진화 분쇄 공투본’에는 당시 공공운수연맹(산별 미전환조직, 발전노조 등), 공공노조(가스지부, 가스기술공사지부, 사회보험지부, 국민연금지부 등), 운수노조(철도본부)가 참여해 공동파업을 전개했다. 그런데 공동파업 준비 과정에서 산별노조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도 오히려 당시 공공노조와 운수노조 양 산별노조의 이완과 약화였다. 각 산별노조로 투쟁의 성과가 모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후 시작된 지루한 조직발전 논쟁을 다시 거쳐, 2011년 공공운수노조 건설, 2014년 조직발전 전망 수립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된다. 지난 투쟁에 비하면 올해 파업은 공동투쟁을 통해 공공운수노조(공공기관사업본부)에 대한 산하조직의 집중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교섭권을 집중하고 공동의 파업 지도부를 구성함으로써, “무늬만”이 아닌 실질적인 산별, 초기업노조로 나아가는 한걸음을 디뎠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파업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쟁취한 서울시 지방공기업 집단교섭은 강조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산하 5개 지방공기업노조는 집단교섭을 통해 “성과연봉제는 노사 합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저성과자 퇴출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성과연봉제가 아닌 공공부문에 적합한 임금제도에 대해서도 노사가 함께 대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서울지하철·5678도시철도노조는 이에 따라 파업을 마무리했다. 5개 중 4개 노조가 공공운수노조 산하조직으로서 교섭권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에게 위임하여 집단교섭을 진행했다. 교섭과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기업을 넘어선 초기업 교섭, 전제가 된 교섭권 집중, 정부(서울시)의 모범사용자 역할, 이전부터 존재한 공공기관 노·사·정 협의구조(서울모델협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합의는 공공부문 노사관계, 단체교섭구조 발전에도 시사점을 준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할 성과다.
그 밖에도 초유의 공동파업인 만큼 조직적 성과가 많이 확인되고 있다. 이를 잘 모아내는 것이 앞으로 수년간 공공운수노조 발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 파업은 87년 세대에게는 현업에서 마지막 파업이 될 것이지만, 이제 막 입사하고 있는 청년 노동자들에게는 첫 파업이었다. 이들이 만나면서 한 세대를 넘어 파업투쟁의 경험을 이었다. 청년들은 첫 파업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들이 새 세대의 운동을 건설해 나갈 것이다. 또한 각 조직에게는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자기들만의 관성화된 파업과 조직활동의 전술, 문화, 방식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서로 다른 조직들 사이에 쌓인 경험을 보고 배우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특히 처음 파업을 시도한 조직들은 조직적 기풍을 일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공기관 공동파업의 운동적 의미
한편, 파업의 요구는 임금체계에 대한 것이지만, 경제투쟁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요구로 발전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성과연봉제는 임금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노동강도를 심화하며, 사용자의 현장통제를 강화하게 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을 돈벌이 경쟁에 내몰고 협업을 불가능하게 하면서 공공성을 파괴한다. 공공운수노조와 산하 노조들은 조직 내‧외부에 파업의 이유로 이 두 가지 모두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파업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의 의식도 스스로 변화해 갔다. 우리 노조의 파업이 조합원의 노동조건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사회적 필요, 공공성에 대한 투쟁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확인했다. 또한 공공부문의 성과주의가 비정규직·외주화 확산의 주범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도입 인센티브(총 1,600억 원)의 수령을 거부하고 이를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자고 요구했다. ‘더 높은 성과급’이 더는 쟁취할 대상이 아니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대해 모호하던 시민사회의 여론도 반대로 돌아섰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라는 제도(지침)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성과주의의 정당성 자체가 의문시되기 시작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민영화 반대 투쟁을 계기로 발전해 온 공공부문 노조운동이 또 한 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또한 단지 공공기관노조의 파업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사회적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과제에 대해서도 깊게 공감했다.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은 자연스럽게 시민사회와 함께 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살인 진상규명 투쟁에 합류했고, 박근혜 정권의 비리를 규탄했다. 특히 서울대병원분회는 파업 과정은 물론 마무리된 이후에도 헌신적으로 고 백남기 농민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지금도 공공기관 파업은 한국 사회 사회운동의 일부로 녹아들고 있다. 
 
 
화물-철도, 운수산업의 동시 파업 실현
철도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는 중간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도 파업투쟁 계획을 밝히고 10월10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미 철도를 이용한 물류가 크게 적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동시 파업은 양쪽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전술이었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정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반대하며 열흘간 전개되었다. 정부가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몇 가지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노조는 요구안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화물운송시장, 산업구조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제기하면서 정권의 예상을 넘어 일주일 이상 강력한 집중 파업투쟁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조직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조는 직접적인 운임과 관련된 쟁점이 아닌 산업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를 전면에 제기했으며, 노동자의 안전이 시민의 안전이라는 점에서 과적과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도 제시했다. 투쟁이 마무리 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적인 평가는 이후 진행되겠지만, 성과와 한계를 모두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투쟁은 과거 운수노조 건설의 핵심 기획이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철도노조와 화물연대의 동시 파업을 실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철도와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연계는 있으나, 산업의 지배구조와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과거에 동시 파업이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차이와 공통점을 함께 인식한 가운데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은 철도-화물만이 아니라 지하철, 버스,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 부문도 마찬가지다. 올해 파업은 이러한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운수산업 노동자가 동시에 투쟁할 수 있는지, 그 전략을 수립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운동’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 정책대의원회
민주노총은 올해 8월 정책대의원대회를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그보다 앞서 6월10~11일 정책대의원회를 진행했다. “당신의 목소리, 우리의 미래”라는 모토로 진행된 이 회의에는 대의원은 물론 중앙위원, 중앙집행위원과 기본조직(단위노조·지부) 대표자까지 참여하여,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공공운수노조에 닥친 도전, 이에 대한 노조의 대응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현 정세에서 노조가 가장 중점을 둘 활동과 조직 강화 방향에 대한 논의는 네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진행됐으며, 그 핵심은 개략적으로 아래와 같다.
 
-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공공운수노조를 한국 공공부문의 대표 노동조합으로 규정한다.
-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공공운수노조의 핵심 투쟁 과제와 공공부문 파업투쟁을 결의한다.
- 우리는 어떻게 조직을 강화하는가?: 공공운수노조의 조직강화를 위한 과제에 중장기 투자를 결정한다.
- 우리는 조직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2014년 7월23일 대의원회 결정을 확인하고 한걸음 더 나가 후속 과제를 도출한다.
 
‘공공운수노조의 미래’라는 안건으로 진행된 핵심 안건에서 이들 주제에 대한 논의 결론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공공운수노조를 ‘한국의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으로 정의하였다. 둘째, 공공운수노조의 핵심 운동‧투쟁 과제를 ‘늘리자 공공서비스! 만들자 좋은 일자리! 끝내자 비정규직!’이라는 슬로건으로 요약하였다. 셋째, 조직의 미래를 위해 △미조직비정규직 전략조직사업, △리더십 강화를 위한 산별간부양성 교육사업, △미래전략위원회 구성하여 장기전략 수립 등을 중점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책대의원회를 준비하는 사전현장 토론과 당일 토론을 통해 공공운수노조의 정체성, 투쟁과제, 전략과제, 조직과제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의결주문을 결의했다. 조직 정체성 부분에서는 13개 이상의 업종을 조직한 다산업 노조로서, 운수산업(교통‧물류)을 포함하여 “넓은 의미의 공공부문”을 조직하는 노조로 우리를 규정했다. 여러 차례 조직의 통합은 물론, 조직화 노선을 취하는 이상 신규 조직화를 통한 조직 확대 과정에서 조직의 정체성 형성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책대의원회 자체는 세부 사업계획을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었으며, 그 보다는 ‘과제’를 확인하는 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참석자들의 토론도 이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정책대의원회에서 확인된 과제는 각각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작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공공기관 총파업으로 작업이 지체되고 있지만, 특히 ‘미래전략위원회’를 폭넓게 구성하여 전략을 보완할 예정이다. 또한 정책대의원회에서 결정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전략조직사업의 확대와 부설 교육기관 설립은 공공기관 파업 시기에도 별도로 역량을 유지하여 후속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정책대의원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원장 등이 닷새간의 북미서비스노조(SEIU) 정기대의원회에 초청받아 미국에 다녀왔다. 이 방문은 정책대의원회 진행 방식 자체는 물론, 노조운동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매우 강렬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SEIU의 전략조직사업에 대한 투자, 중장기 정세에 대한 과학적 진단(노력)과 사회운동으로 확대, 사회운동노조로의 발전을 확인한 것은 큰 성과였다. SEIU가 노조 전략 수립을 위해 운영했던 ‘21세기 청사진 위원회’는 모호한 상태로 있던 공공운수노조 미래전략위원회를 준비하고 그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가장 역동적인 노동자 운동, 새로운 방법의 모색을 국제적으로 교류할 필요가 있다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구의역 사고, 안전과 비정규직 문제를 돌아보다
5월28일 오후 6시 경,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고장을 수리하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은 달려오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유명을 달리했다. 이 사고는 하청,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지에서 끝내 죽음으로 몰린 청년의 노동현실을 충격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재무적 효율성만을 중심으로 운영된 공공기관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이 어떻게 간과되어 왔는가를 보여주었다. 
사건 직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후속조치와는 별도로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와 서울지하철·5678도시철도노조 등)과 시민사회는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이후 서울시와는 별도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사고원인을 진단하고 대안도 제시했다. 
이 사고와 후속조치를 계기로 서울시는 공공기관의 상시·안전업무 종사자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스크린도어 교체 등 안전대책을 수립했다. 노조도 대응 과정에서 비정규직·외주화 폐지와 노동자·시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핵심 과제로 더욱 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 지난해 무산되었던 양 지하철 공사의 통합 관련 논의도 다시 시작되고 있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의 발전
공공운수노조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인 미조직 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업은 체계화와 자원투자 확대를 통해 발전시키고자 했다. ‘전략조직팀’을 별도로 분리하여 조직화 사업만 담당하도록 하고, 위원장이 직접 전략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위원회를 구성했다. 전략조직팀에는 경험있는 활동가를 배치하여 조직화 사업의 실무가 아니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과거 조직화 사업이 ‘전략’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실제 제대로 경험을 축적하고 전략을 수립하지는 못했던 점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직화 자원의 투자 측면에서 의미 있는 기여가 있었다. 서울지하철·5678도시철도노조·서울시설관리공단노조 등은 통상임금 소송 승소분 중 일부를 별도의 비정규직 기금으로 공공운수노조에 출연했다.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단위노조에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해당 노조와 공공운수노조가 조직화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취지다. 기금의 일부는 해당 사업장의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데에, 다른 일부는 공공운수노조가 별도로 선정한 전략조직 대상에 투자하게 된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러한 모범 사례를 더욱 확산하려 한다.
 
 
조합원 17만 명으로 한국 최대 산별노조 돼
올해 초 공공운수노조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양대노조가 통합한 국민건강보험노조(약 1만 명)가 재가입하고, 서울도시철도공사 내 3개 노조가 통합한 5678도시철도노조(약 5,500명)도 재가입했다. 그 결과 공공운수노조는 조합원 수 17만 명으로 확대되어 금속노조를 넘었다. 그 이전까지 교육공무직본부(학교 비정규직)의 급격한 조직 확대와 지역지부를 통한 꾸준한 조직 확대에 이어, 타 노조와 사업장 내 통합노조를 건설한 양 노조의 가입을 통해 조직규모가 한층 확대된 것이다. 
두 공공기관 노조의 재가입은 공공운수노조가 공공기관 노조운동에서 중심적인 위치에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수년간 산별조직 발전과 관련된 논란을 정리하고,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조직으로 노조를 정비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두 노조의 가입 이전과 이후에도 꾸준히 진행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서 균형 있는 조직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내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약 38% 가량으로, 여전히 주요 산별노조(연맹)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조직 확대와 동반되는 과제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산업과 고용형태의 조합원들을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최대 규모의 산별조직에 걸맞게 한국 노동운동에서의 더 큰 역할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으로, 이 문제도 깊이 인식하고 있다.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 함께 또 한 축을 담당하는 공공부문 운동이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 총파업의 승리와 함께, 성장하는 공공부문 운동이 전체 노조운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 역시 필요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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