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청소노동자,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박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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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청소노동자,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박영준

윤효원 48 10.21 15:13

[현장] 청소노동자,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의 근로시간 단축 투쟁



박영준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운영서비스지부 사무국장



지난 9월 16일 부산교통공사 자회사(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 노사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과 이를 위한 51명 인력 증원에 합의했다. 2021년 4월 용역업체에서 부산교통공사 소속 자회사로 전환한 후 4년을 준비하고, 지난 1년을 투쟁한 성과다.


“일단 해보자”로 시작한 투쟁  


작년 12월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 간부들은 노동조건 개선 투쟁을 성공시키기 위한 토론부터 시작했다.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조합원들과 일체감을 가질 수 있을까? 지난 몇 년간의 교섭을 통한 준비과정에서 부족한 것은 없었나? 


무수히 많은 희망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부딪히며 논쟁한 끝에 내린 결론은 “일단 해보자”였다. 그렇게 해서 부산지하철 자회사 노동자들은 “임금저하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하자!”는 구호를 걸고 노동조건 개선 투쟁을 시작했다.


부산교통공사 자회사는 부산지하철의 청소, 경비, 콜센터, 유지보수업을 담당하는 회사다. 8개 직군, 17개 세부 직렬이 있다. 노동조건과 임금테이블이 다양해 직렬간 이해관계로 갈등의 소지가 높다. 이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시대적 흐름에 맞춰 21년 자회사 설립부터 조금씩 노동조건 개선 투쟁을 준비해왔다. 


책임을 회피하는 부산시와 모회사 


다양한 직렬로 인해 각 직렬에 속한 노동자들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많은 요구들이 있었지만, 다수의 조합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핵심 요구를 정해서 교섭을 하고 투쟁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주 4.5일 시범사업 실시! 부산시는 아직도 주 6일 근무!”

“야간 연속근무는 2군 발암물질! 인력충원하여 4조 2교대 쟁취!”


이렇게 구호로 걸고 조합원들과 함께 세 달 동안 부산시청과 지하철역사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연인원 1,700명이 조합원이 참여하고 36,000여장의 유인물 배포, 모회사와 자회사 앞 선전전 10회, 부산시청 선전전 47회, 50여개 역사 선전전 19회 진행에 기자회견과 결의대회까지 개최하면서 열심히 투쟁을 진행했다. 


그렇지만, 실질적 사용자인 부산교통공사와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부산시는 자기들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노사 당사자간 협의를 잘하라는 식으로만 대응했다. 부산교통공사 자회사의 구조는 다른 여타의 공공기관 자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인건비성 예산이 전체 예산의 85%를 차지한다. 


인력충원 요구에 ‘효율화’로 맞선 사측 


자회사의 규정 등 경영 방침을 좌지우지하는 이사회 구성원은 모회사인 부산교통공사에서 5명중 3명을 차지하고 있다.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이런 구조적인 한계가 뚜렷함에도 부산시와 모회사인 부산교통공사는 부당 개입이니 뭐니 하며 발을 빼고 남일 대하듯 했다. 


게다가 자회사 사측은 한술 더 떠, 인력증원으로 노동시간 단축하자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인력효율화, 즉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노동조합은 192명을 증원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는데, 자회사 사측은 주6일 근무하는 역사 청소를 기계 도입과 인력재배치를 하면 인원을 늘릴 필요없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끈질긴 투쟁과 시민사회 연대 


그 외 휴일없이 365일 3조2교대로 일을 하는 경비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대해서는 계획도 관심도 없었다. 결국, 노사의 노동조건 개선을 둘러싼 지지부진한 줄다리기는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 기자회견, 파업 선언 기자회견 등으로 자회사 사측에서 여론의 압박을 받은 후 최종 교섭 막바지에 인력 증원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게 해서 주6일제 청소노동자의 주5일제 노동조건 개선과 51명의 인력 증원에 합의할 수 있었다.


이번 투쟁과 교섭에서 51명의 인력증원이라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어 잠시 숨만 고르고 다시 뛰어야 한다. 올해 임단협 투쟁이 인력증원 말고는 합의된 것이 없어, 또다시 교섭장에서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남은 과제, 다시 시작되는 싸움


또 지지부진한 사항이 나온다면 다시금 시청으로 달려가 투쟁을 전개될 모습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시간-불안정 노동자들의 삶은 한 푼이 아쉬운 팍팍한 현실에서도,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거대한 숙제 앞에서 숨도 잠시 고르기 힘든 마라톤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다.


몇 달 전 읽었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윤효원 감사의 기고글의 문구가 뇌리에 남았었다. 이번 투쟁에 꼭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언론 보도자료, 기자회견문 등에 자주 인용했었다.


『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히 '더 많이 쉬자'는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더 인간답게 일하자',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자'는 집단적 선언이다.』


우리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아프지 말고 일하자’, ‘더 인간답게 일하자’라는 장시간-불안정 노동자들의 집단적 선언이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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