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투쟁, 무죄 판결의 의미와 과제 -민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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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투쟁, 무죄 판결의 의미와 과제 -민현기

윤효원 107 08:58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투쟁, 무죄 판결의 의미와 과제 

-근로조건에 관한 투쟁은 경제법으로 제한될 수 없다



민현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1. 안전운임제 도입과 화물연대의 쟁의행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화물자동차법’이라 합니다) 제5조의2 내지 제5조의8은 안전운임제를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정해두고 있었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안전운임제가 2022년 12월 31일 이후 일몰되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제와 동일한 목적, 효과를 가진 안전운임제는 현재 유효하지 않습니다.


도입될 당시부터 3년이라는 시한부가 예정된 안전운임제로 인해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라고 합니다)는 일몰을 막기 위한 투쟁에 돌입합니다. 화물연대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화물 운송을 거부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항하여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한편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였습니다.



2. 공정거래법 위반 고발과 화물연대의 대응


그렇게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 12. 2. 화물연대에 대한 현장 조사를 강행하였습니다. 당일은 안전운임제 일몰을 막기 위한 화물연대의 쟁의행위가 3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화물연대는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의 적법한 행사에 해당함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합니다)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노동조합을 고발한 것은 화물연대가 최초일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6. 5. 피고인 화물연대를 무죄로 판결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해당 판결의 구체적 의미를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3. 판결의 핵심: 화물연대 조합원의 근로자성 인정


우선 판결은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판단하였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합니다) 제2조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 규정 및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참조).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해당 판결은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해당 판결은 ①운송사업자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조합원들은 그 소득의 대부분을 자신과 계약한 특정 운송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점, ②운송계약서 내용은 이미 고정 조건이어서 이의가 있는 경우에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던 점, ③운송사업자를 통해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조합원들이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송사업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점, ④특정 운송사업자에게 전속적·고정적으로 화물 물량을 받아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등 계약 관계가 지속적·전속적인 점, ⑤운송 출발 및 도착 장소, 근무 일정, 근무 내용 등에 관하여 운송사업자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조합원들에게 별다른 재량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따라서 화물연대는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조합의 지위를 가집니다.



4. 안전운임제는 근로조건이며, 단체행동의 대상


해당 판결은 안전운임 그 자체를 근로조건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노동조합법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쟁의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6호). 또한, 노동조합법은 제3조와 제4조에서 그 수단이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이상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해당 판결은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을 규정하고 있는 취지를 경제적 차이로 인하여 교섭력에 있어 열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대등한 지위를 보장하여 노동시장에서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함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러한 이해 아래 해당 판결은 안전운송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하여 산정하는 안전운임제는 매년 고정비용, 변동비용 등 제반 사정과 함께 화물자동차의 운송일 수 및 운송시간, 대기시간이 고려 요소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송사업자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면서 이들과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를 위해 집단적으로 운송을 거부한 행위는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행동에 해당합니다.



5. 화물연대 단체행동은 정당한 쟁의행위


다음으로 화물연대의 쟁의행위가 노동조합법에 따른 민형사상 보호(제3조 및 제4조)를 받기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인지에 관해서 해당 판결은 노동조합법상 정해둔 절차를 거쳤으며, 일부 폭력행위가 있었으나, 그러한 행위를 화물연대가 조직적으로 지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일몰을 막기 위한 투쟁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의 행사이고,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6. 노동조합이자 사업자단체? 판결의 양면성과 한계


그런데 해당 판결은 화물연대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도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 화물연대를 무죄로 판단하였지만,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계를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판결은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라고 하면서도 동시에 공정거래법에 따른 사업자단체에도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해당 판결은 노동조합과 사업자단체 사이의 관계가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하면서 독립된 사업자인 조합원들이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화물연대에 결합하였고, 화물연대가 개별 조합원들과 구별되는 단체성·조직성을 갖추고 있는 이상 이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성격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 결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화물연대의 단체행동이 근로조건이 아닌 거래조건에 관한 내용이라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가 아닌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안전운임이 근로조건으로 인정되었고,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투쟁이 노동조합법상 절차적 정당성 및 수단의 정당성이 인정되어 무죄라는 판결을 받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해당 판결은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의 행사 범위를 근로조건으로 협소화하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7. 결론: 경제법으로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무 제공에 관한 계약 관계를 거래조건으로만 보게 된다면 쟁의행위는 불가능해집니다. 플랫폼노동으로 대표되는 배달 라이더에게 배달료는 임금에 준하는 실질을 가졌음에도 근로조건이 아닌 거래조건으로 보게 되면 배달료 인상 투쟁은 곧바로 공정거래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과 조합원에게 경제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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