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판례] 택배기사들은 쿠팡에서 노조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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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판례] 택배기사들은 쿠팡에서 노조를 할 수 있을까

윤효원 131 03.06 07:54

[노동법/판례] 택배기사들은 쿠팡에서 노조를 할 수 있을까  



최혜인 노무사, 법무법인 여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유한회사(쿠팡CLS)는 쿠팡 주식회사의 배송 전문 자회사입니다. 수개의 영업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해 영업점에 배달 구역을 할당하고 택배 배송 등의 업무를 위탁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업점은 택배기사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해, 쿠팡CLS로부터 위탁받은 택배 배송업을 수행하도록 하는데, 택배기사를 쿠팡 퀵플렉서라고 부릅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출입금지 및 업무용 어플리케이션 계정 권한 박탈 


이 사건의 주인공인 쿠팡 퀵플렉서들은 모두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쿠팡 일산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입니다. 2023년 6월~7월 일산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은 일산 1~8캠프를 순회하며 동료 퀵플렉서들에게 노동조합 소식지를 배포하면서 노동조합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했습니다. 


또한 당시 택배 물량이 늘어났음에도 쿠팡CLS측의 분류업무가 늦어져 퀵플렉서들의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등 업무 부하가 커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쿠팡CLS에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쿠팡CLS는 이들이 캠프 내부에서 업무 수행과 전혀 관련 없는 활동을 하였다며, 2023년 7월 13일 캠프 출입을 금지했고, 업무용 어플리케이션 계정 권한 박탈했습니다. 


퀵플렉서는 업무용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매일 배정된 택배 목록을 조회하고 스캔하는 등 배송 전 업무를 합니다. 퀵플렉서의 모든 업무가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업무용 어플리케이션 계정 권한을 박탈했다는 것은 퀵플렉서로서 어떠한 업무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일산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은 영업점과 체결한 위수탁계약으로 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습니다. 계약에 따라 업무용 어플리케이션상 권한으로 배송 목록을 조회하고 그 택배를 수령하기 위해 캠프에 출입해야 합니다. 특히 이들은 택배노조 쿠팡 일산지회를 이끄는 지부장과 부지부장으로, 앞장서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야 했습니다. 이들이 행한 노동조합 소식지 배포 등은 지극히 일상적인 조합활동이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 가처분신청 기각 


이에 일산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은 쿠팡CLS를 상대로 출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했습니다. 가처분은 계속하는 권리 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가처분을 통해 사전적·예방적 구제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쿠팡CLS는 캠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권한이 있고, 일산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이 할당된 구역을 벗어나 조합활동을 한 것에 대하여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출입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이들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쿠팡CLS가 노동조합 활동을 수인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쿠팡CLS 배송 캠프 내 도급인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해야”


대법원은 달리 봤습니다. 대법원은 ①캠프 내에서 쿠팡CLS의 시설관리권 등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노동조합 홍보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택배노조 쿠팡 일산지회가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조합원 모집을 홍보하는 활동은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유지·강화라는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 점, 


△배송센터는 다수의 택배기사가 모여 근로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장소로 택배기사들이 일상적 근로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의 일부이자 유일한 집단적 근로 제공 장소로서 노동조합 활동 공간이 될 수 있는 점, 


△일산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이 배정받은 구역(F배송센터)과 다른 배송센터(K, L배송센터)가 연결되어 있어, 배송업무 중 이동이 가능한데, 이처럼 배송센터 출입과 평소 업무수행을 위해 쿠팡CLS로부터 허락받은 범위 내에서 이동한 것으로 보이므로 무단으로 배송센터에 출입한 것이라 볼 수 없는 점,  


△이들이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하면서 어떠한 물리력도 사용하지 않았고, 일정 공간을 배타적으로 점거하거나 소음을 발생시키지도 않았으며, 평소의 업무수행과 마찬가지로 도보로 이동하며 다른 택배기사를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유인물을 배포하는 정도였던 점,  


△출입을 허락받은 배송센터 외에 다른 지역의 배송센터에 출입한 사실이 없고, K, F, L배송센터에도 약 두 달 사이 5회 정도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일 뿐인 점.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도급인인 쿠팡CLS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조합활동으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범위 내에서는 조합 활동이 도급인에 대해서도 정당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나아가 ②캠프 출입과 업무용 어플리케이션 사용에 관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합원 모집이 절실한 상황이었던 점, △배송센터 출입금지와 업무용 어플리케이션 계정 권한 박탈로 주된 수입원인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돼 생계유지에도 어려움이 발생한 점 등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쿠팡의 노조활동 보장 약속은 지켜질 것인가


과거 원청사용자가 용역업체 소속인 하청근로자들이 원청사업장 일부를 점거해 쟁의행위를 한 것을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청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하청근로자들의 쟁의행위는 원청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같은 취지로 쿠팡CLS 사건에서도 원청이 원청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하청노동자의 원청사업장에서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 당시 택배노조 쿠팡 일산지회는 2023년 4월 설립된 신생 노동조합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긴지 2개월만에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지회장과 부지회장을 탄압한 이 사건으로 인해 택배노조는 와해될 위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더욱이 캠프 출입 금지 및 업무용 어플리케이션 계정 권한 박탈은 사실상 계약해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소득을 상실하는 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졌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있은 후에도 쿠팡CLS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아, 이들은 쿠팡CLS 본사 앞에서 장기간 노숙농성을 해야 했습니다. 지난 2025년 1월 에서야 쿠팡CLS는 뒤늦은 사과와 피해 보상 및 복직,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이러한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질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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