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임금체불 문제와 개정 근로기준법의 의미-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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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임금체불 문제와 개정 근로기준법의 의미-이종수

윤효원 138 02.26 09:41

[쟁점] 임금체불 문제와 개정 근로기준법의 의미 



이종수 노무법인화평(공인노무사·경영학박사)




1. 들어가며: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임금체불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34조). 헌법은 이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권과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자처하지만, 신고된 임금체불이 2024년에 2조원을 돌파할 만큼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하고 만연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동안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적 대책이 미흡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임금체불 예방과 체불사업주에 대한 처벌강화라는 국민적 요구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다.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감독(사전예방활동)과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국가가 국민들의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방기해온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최근 임금이 3개월이나 체불된 어느 노동자로부터 상담전화를 받았다. 퇴사를 하고 싶어도 사장이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주지 않을 거 같아서 퇴사하지 못하는데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필자는 노동자에게 ‘생계비를 벌어야 하니 일단 퇴사하고 노동청에 신고하여 체불확인을 받고 대지급금을 받으면 된다’고 답해 주었다.  


하지만, 노동자는 본인 체불임금이 3개월치 임금 외에도 20년 재직에 대한 퇴직금 채권이 남아 있는데, 간이대지급금을 받더라도 1천만원에 불과하고, 회사의 도산을 전제로 하는 일반 대지급금은 회사 대표이사가 계속 직원 1인을 두고 사업을 지속하고 있어서 받을 수 없으며, 더구나 주식회사인 사업주(법인)에게 재산이 거의 없어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가압류 등 소송으로 받아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하였다. 

 

체불 사업주들이 임금체불에 대처하는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주식회사 명의의 재산을 대표이사 또는 가족 명의의 재산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체불 노동자가 법적인 수단으로 밀린 임금을 받아내기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심각한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민사(손해배상), 형사(처벌), 행정(사업장 감독, 대표이사 재산에 대한 구상권 행사, 인허가 취소 등), 사업(계약체결), 신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체불 사업주(개인)에 대한 불이익 수준을 높이고, 동시에 사업장감독을 확대하여 적발기회를 높이는 것뿐이다. 


2024년 10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다행히도 지금까지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각계의 목소리가 일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개정법률 공포 즉시 시행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2025년 10월 이후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임금체불 문제 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에서는 2025년 10월 시행 법률의 주요내용, 기대효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2. 개정 근로기준법의 주요내용과 평가


가. 미지급 임금(제43조)의 지연이자 발생


종래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게 되는 임금 및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에 한하여 지연이자제도(근기법 제37조)가 적용되는 것으로 하였다. 이번에 법 제37조 제1항 개정을 통해 비로소 법 제43조에 따라 매달 또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의 미지급에 대한 지연이자 발생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법 제37조에도 불구하고 지방관서의 체불임금 진정사건에서 지연이자가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연이자 미지급에 대한 사업주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인데, 현장에서 지연이자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지연이자를 통한 체불 사업주 압박은 현실성없는 대책이 될 것이다. 앞으로 지연이자 미지급에 대한 처벌조항을 추가하고, 신고사건 조사에서 지연이자 금액을 체불금품에 포함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나. 체불사업주 명단공개제도 관련 ‘임금등’ 범위에 퇴직금 추가


종래 체불사업주 명단공개제도는 체불금품의 범위에 퇴직금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퇴직급여’가 체불금품의 범위에 포함되었다. 체불사업주 명단공개제도는 3년 이내 임금등을 체불하여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된 자로서 체불자료 제공일 이전 1년 이내 임금등(等)의 체불총액이 3천만원 이상인 체불사업주의 인적사항과 체불액 등을 공개하는 제도이다. 현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체불사업주는 총 814명이다. 2023년 기준 임금체불이 확정된 신고건수가 18만5천 건인 점을 고려하면 0.4%수준이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향후 임금등 체불로 유죄가 확정되어야만 명단이 공개되는 현행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제43조의2에 따라 지정되는 ‘상습체불사업주’를 체불사업주 명단공개제도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체불사업주 불이익을 강화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다. 상습체불사업주 지정과 보조금 및 입찰참가 제한


이번 개정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는 상습체불사업주 지정제도라 할 수 있다. 개정법 제43조의4를 보면, 고용노동부장관은 임금체불정보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①직전 연도 1년간 근로자에게 임금등(퇴직급여를 제외)을 3개월분 임금 이상 체불한 사업주, ②직전 연도 1년간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임금등을 체불하고, 체불총액이 3천만원 이상인 사업주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법인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를 상습체불사업주로 정할 수 있다. 


상습체불사업주로 지정되면, ①고용노동부장관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 상습체불사업주의 임금等 체불자료를 제공할 수 있고, ②「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또는 개별 법률에 따른 각종 보조·지원사업의 참여 배제나 수급 제한, ③「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나 낙찰자 심사ㆍ결정 시 감점 등 불이익 조치 등이 가능하게 된다. 


다만, 정부가 상습체불사업주를 지정하기 전 해당 사업주에게 3개월 이상 기간에 소명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 것은 신속한 임금체불 해소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라. 체불사업주에 대한 출국금지


이번 개정으로 체불사업주 출국금지 조항(제43조의7)이 신설되었다. 이는 임금체불 예방과 구제 측면에서 실효적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출국금지 대상은 제43조의2에 따른 명단공개 체불사업주에 한정되어 그 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하다. 


참고로 국세징수법상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대상은 시행령에서 정하는 방식인데,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뿐 아니라 ①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국외로 이주(국외에 3년 이상 장기체류 중인 경우를 포함한다)한 사람, ②출국금지 요청일 현재 최근 2년간 미화 5만달러 상당액 이상을 국외로 송금한 사람, ③미화 5만달러 상당액 이상의 국외자산이 발견된 사람 등이 포함된다(국세징수법 시행령 제103조).  


마. 체불임금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종래 체불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를 반영하여 이번 개정에서는 체불 피해를 당한 노동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체불 임금등의 3배 이내의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정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①명백한 고의로 임금등(퇴직급여 제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②1년 동안 임금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한 개월 수가 총 3개월 이상인 경우, ③지급하지 아니한 임금등의 총액이 3개월 이상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경우에 이 조항의 적용을 받도록 하였다. 

 

또한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는 ①임금등의 체불 기간·경위·횟수 및 체불된 임금등의 규모, ②사업주가 임금등을 지급하기 위하여 노력한 정도, ③제37조에 따른 지연이자 지급액, ④사업주의 재산상태 등을 고려하도록 하였다. 


이번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퇴직급여를 임금등 범위에서 제외한 점, 체불금액의 3배 이내에서 법원이 재량으로 손해배상액을 정하도록 함으로써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게 된다.  



3. 결론: 향후 근로기준법의 개선 방향과 ILO 임금보호 협약의 비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습체불사업주 지정제도와 보조금 및 입찰참가 등의 제한, △출국금지제도, △3배 이내 손해배상청구 제도 등은 종래 형사처벌 위주의 제재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체불사업주 제재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임금체불이 다양한 형태와 이유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 원인 파악을 위한 정부의 임금체불 실태조사 의무조항이 규정되지 않은 점, △사전예방 측면에서 사업장감독 활성화를 위한 조치들(불시감독권 등 근로감독관의 권한 등 ILO 제81호 근로감독협약의 주요 내용 명시),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협력의무 및 노사정단체의 자율적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지원 등이 누락된 점은 아쉽고, 향후 법 개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임금체불 해소를 위해 ILO 제95호 임금보호 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획기적으로 사업장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 현행 연간 사업장 감독실적은 연간 25,000건 내외(전체 사업장의 1%내외)인데 이는 개별 사업장이 100년에 한번 근로감독을 받는 것을 의미하므로, 적어도 전체 사업장의 5%를 목표로 사업장 감독을 확대해 가야 할 것이다.    


*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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