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6 노조운동 전망, 아틀라스 이후 교섭 구조 재편, 2026년 노동계의 선택은 - 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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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6 노조운동 전망, 아틀라스 이후 교섭 구조 재편, 2026년 노동계의 선택은 - 박운

윤효원 38 04.21 15:41


[특집] 2026 노동조합운동 전망   

 

아틀라스 이후 교섭 구조 재편, 2026년 노동계의 선택은



                                   박 운  워크디자인 산업커뮤니케이션 연구실장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에서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량형이 노동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틀라스는 360도로 회전하는 관절을 사용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인공지능(AI) 행동 모방 학습과 강화학습을 통해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숙련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배터리만 충전하면 연중무휴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베테랑 숙련공 혹은 노동 천재로 부를 만하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같은 달 22일 소식지를 통해 “해외 물량 이관과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 등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현재도 국내 공장 두 곳이 HMGMA로의 생산 물량 이전으로 고용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회사 측의 아틀라스 양산 투입 결정은 국내 공장의 상당한 물량을 미국 공장으로 이전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다.

노동조합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에 따르면 회사가 신기계·신기술을 도입하거나 해외 공장 신설, 물량 이전 시 고용안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대차지부의 문제 제기는 기술 거부가 아니라 단체협약을 준수하라는 요구였다.


노동 천재 아틀라스: 기술은 누구와 교섭하나


노동자들은 AI 기술이 자신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챗지피티나 제미나이 같은 AI를 조금씩 쓰거나, 스마트폰 앱에서 ‘AI가 묻은’ 기업의 주가가 전고점을 쉽게 뛰어넘으면서 폭등하는 모습을 보고 변화 가능성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노동조합이 건재한 현대차에서 아틀라스로 상징되는 일자리 갈등이 불거졌다. 현대차의 ‘아틀라스 갈등’은 AI가 주도하는 기술 변화가 자신의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노동자들이 인식하게 된 상징적인 사건이다. 베테랑 숙련공이자 노동 천재인 아틀라스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노동계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단순한 기술 변화 우려를 넘어 조립·물류의 자동화, 숙련 해체, 고용 불안정성 문제가 한꺼번에 다가왔던 탓이다.


기술 도입은 원청이 결정하지만 그 영향은 원청 노동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하청·사내하청·협력업체 노동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기술은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가. 사용자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기존 교섭 체계로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2026년 노동조합운동 정세 분석의 출발점이 된다. 2026년은 기술 변화, 산업전환, 법·제도와 국제 경제질서의 재편이 동시에 작동하는 해다.


외부 환경: AI와 산업전환


AI는 더 이상 보조적 도구가 아니다. 직무 체계를 개편하고 있고, 숙련의 위계를 재구성하면서 고용의 안정성을 조건화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디지털화는 사업장 내부 문제를 기업집단 전략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교섭의 중심은 임금 인상률에서 직무의 존속과 배치 문제로 이동한다. Dunlop(1958)이 말한 노사관계 시스템의 환경(기술·권력·시장) 변화, 특히 기술 환경의 급격한 전환에 해당한다. 환경이 급변하면 기존 규칙은 시험대에 오른다. 한국 노사관계는 바로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AI와 자동화는 직무 재편을 이끌고 교섭의 수준을 변화시킨다.


기후위기에 따른 탈탄소 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강제력이다. 탄소 감축 목표는 특정 산업의 축소와 재편을 수반한다. 철강·석유화학은 압박을 받고,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산업은 탄력을 받는다. 문제는 속도다.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지만, 전환 비용을 조정할 제도는 충분하지 않다. ‘정의로운 전환’은 해당 공백을 메우는 규범적 요구다. 정의로운 전환을 교섭 의제로 전환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몫이다.


AI와 기후위기가 결합하면서 산업전환은 구조조정 압력으로 현실화한다. 기존의 사업장 중심 교섭 구조는 산업 단위, 기업집단 단위 문제와 연결된다. Dunlop은 노사관계를 환경·행위자·규칙의 상호작용 체계로 설명했다. 경영조직, 노동자와 비공식 및 공식 조직, 정부로 구성되는 행위 주체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공유된 이데올로기를 전제로 상호작용을 해서 여러 가지의 규칙을 제정한다. 환경이 변하면 규칙은 재조정된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의 변화 속도가 규칙 형성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 제도는 따라가고 있지만 교섭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정책 지연이 아니라 노사관계 시스템 전반의 재배치 국면으로 봐야 한다.


갈등은 기술을 어떻게 의제화하고 해석하느냐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아틀라스를 둘러싼 논쟁은 기술 자체보다 그 의미를 둘러싼 해석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기업은 자동화를 생산성 혁신과 경쟁력 강화로 설명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를 고용 불안과 숙련 해체의 신호로 해석한다. 같은 기술이라도 ‘경쟁력’으로 규정할지, ‘고용 위협’으로 규정할지에 따라 교섭 의제와 책임 범위가 달라진다. 아틀라스 논쟁은 기술 자체보다 그 해석의 차이를 보여 준다. 


Hallahan et al.(2007)에 따르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목표와 연계해 이해관계자의 인식과 해석 틀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아틀라스를 둘러싼 논쟁 역시 기술의 객관적 효과보다 그것을 어떤 문제로 정의하고 어떤 틀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양상이 달라진다. 2026년 노동조합의 미세한 전략 변화는 산업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단일 구호를 집중시키는 방식에서 복수 의제를 병렬적으로 제기하는 방식으로의 이동은 교섭이 가능한 공간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아틀라스 갈등은 기술 환경 변화가 노사관계 시스템의 규칙 제정 영역을 압박하는 사례다. 그렇다고 제도 변화(노조법 개정)가 자동으로 새로운 교섭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KKM(1986)이 전략적 선택 이론에서 지적했듯이 구조는 제약을 제공하지만 전략을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다. 결국 교섭 단위의 이동과 책임 범위의 재설정은 행위 주체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원·하청 교섭 전면화와 업종 격차


2026년 3월 10일 시행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조와 3조)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고 원청 책임 문제를 전면화했다. 이는 곧 원·하청 교섭이라는 구체적 쟁점으로 이어진다. 이제 교섭은 ‘얼마를 요구할 것인가’보다 ‘누구를 상대로 요구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조선업종과 자동차업종을 포함한 제조산업과 플랫폼산업 등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분야에서는 법 해석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 원·하청 교섭이 충돌로 귀결할지, 산업별 제도화로 안착할지는 노사의 전략적 선택과 힘의 재배치에 달려 있다. 행위 주체의 선택과 재량권은 노사관계 시스템의 과정과 구조에 영향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통상·안보 압박을 가하면서 국내 대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를 강제하고 있다.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국내 고용 구조와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외적 변수다. 자동차·반도체 기업의 해외 생산 확대는 국내 노조에게 새로운 전략적 과제를 던진다. 국내 고용은 얼마나 유지하는가, 투자 결정 과정에 노동은 참여할 수 있는가. 이러한 고민은 임금교섭을 넘어 투자 전략과 고용안정의 문제로 확장된다. 노동조합은 단기적 임금 성과와 장기적 고용안정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을 요구받는다.


반도체·자동차·조선업종에서는 분배 갈등이 여전하다. 2026년에도 성과급과 임금 인상, 노동강도 문제가 쟁점화하고, 노동조합의 원·하청 격차 해소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법 시행과 결합해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석유화학·철강업종에서는 고용 유지와 구조조정 대응이 중심 의제가 된다. 임금 인상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추면서 요구의 강도가 낮아지겠지만 긴장감은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는 노동조합운동이 단일한 흐름을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노동조합운동은 2025년에 노조법 개정을 둘러싼 제도 형성에 힘을 쏟았다. 제도 개정 여부가 투쟁의 초점이었으며,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정치적 갈등의 강도가 높았다. 반면 2026년 노동조합운동의 중심과제는 ‘개정된 제도를 어떻게 현장교섭 구조로 현실화할 것인가’다.


2026년 노동계의 선택은?


한국노총은 2025년에 사회적 대화 복원에 주력했다면 2026년에는 양극화 해소와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중층적 사회적 대화 체계 구축에 주력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주 4.5일제 도입,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보호 등 보편적 노동권 확보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정년 65세 법제화와 연금·돌봄·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통한 촘촘한 노동안전망 구축 요구도 관심을 끈다. AI 도입과 산업전환 국면에서는 고용안정협약과 산업별 협의체를 강조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2025년 노조법 개정에 역량을 집중했다면, 2026년에는 노조법 개정안의 현장 적용, 다시 말해 원청 책임 명확화와 손배·가압류 실효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민주노총은 2026년을 원청 교섭의 원년으로 만드는 한편 사회대개혁을 통해 보편적인 노동권을 요구한다. 3월 10일을 전후해 원·하청 교섭 투쟁을 시작한 뒤 4~6월 쟁점화 투쟁을 거쳐, 7월 중순 전 조직적 공동투쟁과 총파업으로 2026년을 원청 교섭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노동·안전 생명과 최저임금, 사회대개혁, 정치개혁, 민중연대 등 복수 의제를 병렬화해 협상 공간을 넓히는 전략이 눈에 띈다.


각 산별의 2026년 사업방향도 양대 노총과 다르지 않다. 원청 책임과 원·하청 교섭, 산업전환과 AI 및 자동화 대응, 고용 유지, 조직 확대, 정책 개입, 사회적 대화로 요약된다. 제조 산별은 산업전환과 대응, 하청 구조 개선, 원청 책임 강화 요구를 앞세운다. 조선업종과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하청 노조들의 원청 교섭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는 원청 교섭 제도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해외 투자와 생산 물량 이전 문제를 교섭 의제로 쟁점화한다. 금속노조 입장에서 2026년 교섭은 현대차에서 불거진 ‘아틀라스 갈등’ 해소의 시작점이다. 이에 반해 철강업종과 석유화학업종은 구조조정 대응과 고용유지협약 체결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산별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후속 과제와 자회사 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선, 노정 협의 강화에 주목한다. 서비스 산별은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호와 특수고용 노동자 사용자성 인정을 중심에 놓는다. 플랫폼과 신산업 영역은 조직 확대와 권리 인정을 촉구한다. 보건의료부문은 인력 확충 요구와 공공의료 확대, 교대제 개선을, 금융 산별은 디지털화와 AI 도입 대응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렇듯 산별 전략은 산업 구조와 직접적으로 결합돼 있다.


사회적 대화는 중앙 단위의 포괄 합의에서 산업·업종별 중간 구조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하청 교섭과 사회적 대화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교섭 단위가 산업·기업집단 수준으로 이동하는 조건에서 중앙과 지역, 산업과 업종을 연결하는 중간 구조(산업전환 협약, 산업별 조정)가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갈등의 폭과 깊이, 위치를 ‘그릇’에 담아내고 해법을 모색하는 ‘제도권 장치’로서의 사회적 대화 말이다.


2026년은 교섭 구조 재편의 해


2026년은 교섭 책임의 범위가 실제로 시험대에 오르는 해다. 교섭 단위는 이동하고, 산업·업종별 전략은 분화되며, 사회적 대화의 틀도 흔들린다. 아틀라스는 아직 노동을 대체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섭의 상대와 책임 범위를 다시 정해야 하는 시간은 이미 도래했다. 2026년의 핵심은 ‘얼마를 요구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다. 책임 범위가 재설정되지 않는 한, 기술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참고 문헌]

Dunlop, John T.(1958). Industrial Relations Systems. New York: Holt.

Kochan, Thomas A., Katz, Harry C., & McKersie, Robert B.(1986). The Transformation of American Industrial Relations. New York: Basic Books.

Hallahan, Kirk et al.(2007). Defining Strategic Communic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Strategic Communication.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각 산별연맹(이상 2026), 사업계획서·기자회견문·정책자료집 및 언론 보도


출처: 『노동사회』 통권 제204호 2026년 제1호  *왼쪽 출처를 클릭하여 통권 PDF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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